'마곡사의 고양이'를 아십니까?

2005/05/19 17:06
'선의 나침반'이라는 책에

숭산스님이 마곡사에서 원주스님으로

계실 적의 일화가 실려 있습니다.

마곡사에서는 두부를 많이 만들어서 창고의

커다란 나무 물통안에 담가 두었습니다.

그리고 창고를 잠그는데

두부가 한 모 두 모씩 사라졌습니다.

이상한게 들어갈 수가 없는데도

두부가 사라지고

그것도 꼭 한 모나 아니면 두 모씩 사라진다는 거죠

절에선 귀신의 소행이라는 소문까지 돌 정도로

분위기가 흉흉해졌습니다.

그래서 숭산스님이 밤중에 보초를 서기로 하셨습니다.

몰래 숨어서 보초를 서는데

한참후에 검은 그림자가 보입니다.

그런데 그건 바로 고양이 한 마리였습니다.

창고에 난 틈으로 들어왔던 것이었죠

고양이는 들어와선 나무통 옆에 앉습니다.

그래봐야 두부를 먹을 수는 없었지요.

그 나무통은 너무 크고 깊어서 고양이가

어찌할 수가 없는 것이었으니까요

고양이는 그저 그 자리에 꼼짝도 않고 앉아

두부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두부만 뚫어져라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흐르고 두시간이 흐르고

몇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즈음...

놀랍게도 물 밑에 가라앉아 있던 두부 덩이 중에서

한 모가 물위로 스르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고양이는 날쌔게 앞발로 낚아채선

냠냠 맛있게 먹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그 장면을 보고 숭산 스님은 정말 큰 충격을 받으셨습니다.

고양이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잠겨 있는 두부가 저절로 떠오를수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 고양이는 오직 의식을 두부에만 집중했으며

두부가 먹고 싶다는 생각만 했을 것입니다.

그 생각에 한치의 의심도 품지 않고

집중을 하니 결국 두부가 저절로 물위로 떠오를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야말로 '오직 한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동물의 세계를 보면 사자가 자주 등장합니다.

사자는 게으릅니다.

하루에 20시간을 잡니다.

사바나에서 사자는 그야말로 뒹굴뒹굴~~~

하지만 사자가 사냥을 할 때를 본 적이 있으십니까

사자는 목숨을 걸고 온 힘을 다해

먹이감을 향해 달려듭니다.

자기의 영토가 하이에나 무리에게 침범을 당했을 때

사자는 그야말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침입자들과 싸웁니다.

온 힘을 집중해서 처절하게 싸웁니다.

때로는 정말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자는 죽을 때 죽더라도 절대 몸을 사리지 않습니다.

마곡사의 고양이와 사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는 겁니다.

마곡사의 고양이는

'야, 내가 이런다고 두부가 뜰까, 괜히 헛고생이나 하는 거 아닌가 몰라'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게 분명합니다.

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하루의 대부분을 뒹굴거리지만

나머지 네 시간과 비상시에

사자는 모든 의식을 집중해서 싸웁니다.

저기 있는 먹이감을 보면서

"나, 요새 살 쪘는데 쟤 보니까 날씬한게 빠르겠네

해봐야 별 성과도 없겠는데 그냥 일찌감치 포기하자"

이런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싸울 뿐입니다.

조용히 풀숲에 숨어있는 사자는 마치 호흡을 아예 멈춘 것 같지만

단지 먹이감을 덮칠 기회를 엿보느라 모든 의식을 집중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그러다 사자는 바로 뛰어나갑니다.


우리는 참 많은 생각을 합니다.

하지 않아도 좋을 걱정까지 앞당겨 하며

남들의 시선을 두려워하며

아예 하고 싶은 일을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하면서도 의심합니다.

내 목숨과 영혼을 모두 걸수 있습니까

그럴 자신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하십시오.

증산은 구한말 수많은 이적을 일으킨 성자입니다

그 증산이 구한말 면암 최익현이 의병을 일으켰을 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면암은 본래 재질이 부족하나 그 혈성에

천지의 신명들이 감동을 받아 도와주어 이렇게

의병이 크게 일어난 것"이라고요.

이게 바로 일심의 힘입니다.

나라를 걱정하는 그의 순수하고 지극한 정성에

천지가 감복하여 도와준다 하였습니다.

그 우국충정의 간절함이

그 자신의 재능과 운명의 한계까지도 뛰어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증산은 또 그런 말을 자주 하셨습니다.

세상에 성공이 없는 것은 일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일심하면 안되는 일이 없으니 너희는 매사에 일심하라 하셨지요.

증산이 말한 일심이란게

바로 마곡사의 고양이의 그 마음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마곡사 고양이의 마음이십니까?


내 목숨과 모든 것을 걸어 일심으로 행한다는 거...
정말 멋지고 본받아야 할 삶의 자세다.
한때 그리도 목말라했던 '치열한 삶'과도 통하는 것이고.

그러나...........

지금의 나의 문제는,
모든 것을 걸고 하고 싶은 것이 없다는데에 있다.
무엇이 문제인걸까?

모든 일에 정심으로 혼력을 다하다 보면,
그런 맘으로 하고 싶은 일도 생길까?
너무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고 살아서
하고 싶어 안달이나는 일도 안생기는 걸까?

한번 열씸히 해봐야겠다.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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